쉰 살이 지나며
50세가 지난 사람은 인생의 좌표를 변경해야 합니다. 신기하게도 마음이 그렇게 변하는 걸 느낍니다. 뜨거운 한 철이 지나 8월 중순이 되면 바람이 서늘한 기운을 띄듯이 마음 한구석에 서늘한 공간이 생기는 것이 느껴집니다. 내가 이뤄야 할 거로 생각한 재산, 좋은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,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일에서의 욕망.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맑음에 감탄하던 여름날 계곡물에서 흔들리던 하얀 발등처럼 목표들이 물결치는 게 느껴집니다. 그게 좌표를 변경하라는 알람이고, 그 소리의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처넣어야 합니다.
너무 늦기 전에 방향을 점검해봐야 합니다. 변경된 길로 고쳐 가는 사람도 있고, 원래 그 길이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스스로 대견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. 하지만 미루고, 못 들은 척 한 사람은 한참 지나서야 아! 길을 잘못 들어선 건가 할 겁니다. 그러나 50이 넘으면 유턴하거나 돌아나가기가 어렵습니다. 종착점이 너무 가깝기 때문입니다. 좌표를 변경하는 것과 상관없이 종착점은 반드시 있는 게임이니까요.
저는 50에 길을 잘 들어서서 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. 더 나이 들기 전에 나만을 위해 하고 싶은 거, 못해본 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니 말입니다. 지난주에 갔던 경로당 할머니 발 마사지해드린 건 효과가 있는지. 우리 선생님들이 장애 학교 학생들 간호하다가 지치는 건 아닌지.
내가 부르는 노래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게 하는 발성법은 뭔지. 50이 지나고 있다. '60이 올 것이고 65세가 넘어가면 불안해질 것이다.' 이런 생각할 겨를없이 사는 요즘이 전 행복합니다. 이렇게 살다가 나이 들어 병들게 된다면 의료사협에서 운영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들어가서 또래들과 지내고 싶습니다.
다 화성의료사협 덕분이리라
고마워하면서 조용히 제 길을 갈거라 믿습니다.
2023.09.04 이란 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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즐겁고 행복한 나날 이어지시기를 바랍니다.